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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낭종 제거 수술 그리고 흉터

by WINWINWIN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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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부터 아파오던 턱 뾰루지가 점점 커지더니

딱딱한 수준을 넘어 물이찬것 처럼 부풀어 올랐다..

피부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는데 1주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외과나 성형외과에가서 수술을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주변 외과로 향했다.

외과 선생님은 환부를 만지거나 짰는지, 왜 병원에 바로 오지 않았는지 물어보았고

원인을 찾아 막을 들어내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절제를 통해 비닐막과 같은 피지낭종을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아마 흉터가 남을 것이라고 했다.

피지낭종이 딱딱해져있을때 바로 왔다면 흉터가 남지 않거나 최소한의 흉터만 남았을텐데라며 아쉬워 하셨다.

피지낭종은 초반에는 딱딱하게 피부 속에 자리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손을 대거나, 짜려고 하다보면

안에서 터져 곪고 염증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염증이 생기게 되면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바로 수술해달라고 했고, 수술은 3분~5분 남짓? 걸렸다.

마취시 통증을 빼면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원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왜 병원에 빨리 가지 않았을까?

아마, 무시하고 싶어서 였나보다. 고통을 인정하기 싫었나 보다. 아프지만 아픈내색을 하기 싫었나 보다.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번 수술을 계기로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도 있지만 때로는 털어놓고 처방을 받아야만하는 문제도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외상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 마음의 상처도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턱에 난 피지낭종과 비슷한 모습을 한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조그맣게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그 것이 신경쓰여 건들고 억지로 없애려고 서툰 노력을 하다보면 결국 속에서 곪고 터져 염증이 되고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우리는 염증이 되고 진물이 나와도 상처를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참는자가 강한자인 것 마냥

고통을 소리내어 말하면 약한사람이 되는 것 마냥.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 없어진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들어내지 않은 피지낭종처럼 언제든 사소한 자극에 의해 재발하고 다시 고통의 반복이 일어난다.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를 달고 산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곪고 터져 염증이 되는 상처도 있다.

꼭 털어놓고 치료해야만하는 상처가 있다.

 

마음이 아픈것은 외상과 다르지 않다.

아파요, 고통스러워요, 난 고통스러워를 말하는 용기를 갖는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흉터는 남을 수 있지만, 재발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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